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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끽다거 -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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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효암 작성일13-08-18 14:33 조회1,88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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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끽다거

“속 푸는 간단하고 쉬운 방법 없나요?” 몸 무겁고 마음 답답하고 속이 터져 오신 이들이 자주 하는 질문입니다.

“끽다거(차 한잔 하고 가세요).”

차를 권하며 잠시 숨을 고른 뒤 무슨 소리인지 궁금해 하는 이들에게 차로 속 푸는 방법을 꺼내 놓습니다.  

“차를 주문하세요. 그리고 기다리는 동안 차 한 잔이 나에게 오기까지 수고한 모든 존재를 한번 떠올려 보세요. 차나무를 자라게 한 햇빛과 구름과 비, 그리고 한여름 땀으로 길러 낸 농부의 정성 어린 손길, 찻잎을 말리고 포장하고 운반한 사람들과 운송 중에 관여된 여러 탈것이 연상될 것입니다. 만약 이 과정 중에 하나라도 빠진 것이 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모든 소중한 인연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보내세요.”  

이럴 때, 자판기를 이용하거나 혼자 차를 마실 때는 어떻게 하느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냥 제가 웃지요. 간혹 사족을 달아 설명을 보탤 때도 있습니다.  

“차가 나오면 가만히 잔을 쥐고 온기를 느껴 보세요. 차 향에 마음을 맡기세요. 그리고 찻잔 속을 들여다보세요. 무엇이 보이시나요?” 잔을 손바닥에 올리며 이렇게 질문을 합니다.

기억 나는 답변으로 ‘눈물’이 있습니다. 찻물에 일렁일렁 어리는 본인의 찌든 모습에 그냥 눈물이 나더랍니다. 어떤 이는 ‘흔들리는 내 마음’을 보았다고 하고, 또 어떤 이는 ‘아내의 화난 모습’이라고도 합니다. 대다수의 분은 숨을 멈추고 가만히 보니 자기 자신의 모습이 그대로 보인다고 합니다.

“그 영상을 향해 본인의 이름을 부르면서 ‘너는 괜찮아. 100점 만점에 100점이고, 이 모습 그대로 온전해. 본래의 너는 세상의 모든 고통과 슬픔, 아픔과 괴로움에서 벗어나 행복하단다’라고 주문을 거세요.”

또 질문이 들어옵니다. “ 그걸 몇 번 해야 최고로 좋은가요?” 정답은 없습니다. 굳이 말하자면 여러분 맘대로입니다.  

“자 이제 차를 드세요. 입술을 타고 목을 넘어 온몸으로 스며드는 따뜻한 차 기운을 느끼세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구석구석에 숨어 몸을 무겁게 하고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욕심 내고 집착하고 미련 떨고 짜증내고 화내고 미워하고 남 탓하는 어리석은 독소들을 찾아 그 열기로 녹이세요. 아직 덜 녹았다 싶으면 한 모금 더 하시면 되겠지요. ”  

듣고 있던 이들이 찻잔으로 얼른 손을 내밉니다. 조심스레 한 모금씩 호기심으로 넘깁니다. 그러곤 이내 편안한 표정을 짓습니다. ‘아!’ 하고 감탄하기도 합니다. 대부분 효과 만점입니다.  

“이제 그 기분을 나누세요.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어느 결에 되찾은 금빛 미소와 펴진 어깨, 그리고 걸림 없는 마음 짓을 주위 사람들과 나누세요. 일터의 동료들과 집의 가족들에게 차 한 잔의 여유로 찾은 행복 바이러스를 퍼다 나르세요.”  

설명이 끝나면 이내 조용해집니다. 번민의 아우성들이 사라진 텅 비어 풀린 속을 행복의 차 내음으로 채우며 존재 차원의 ‘온전한 나’를 만나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 만남 속에서 삶의 무게로 잠시 잊고 지냈던 본래의 나와 화해하고 잃었던 기운을 차리고 세상과 함께할 자신감을 회복합니다.

“오늘 힘드셨나요? 그럼, 끽다거.”

선업스님

◆약력=동국대 대학원 신문방송학과, 상명대 대학원 가족치료 전공, 뫔 행복치유센터 원장
중앙일보 3월 13일자에서 퍼온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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