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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벗과의 만남]연천 홍석주의 "추천도서목록"
   19세기 전반 조선의 문학과 사상은 "말띠 삼인방"에 의해 주도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임오년에 태어난 다산 정약용과 갑오년생인 연천 홍석주, 그리고 병오년생인 추사 김정희가 그들이다. 다산의 12년 뒤, 추사의 12년 앞에 태어난 연천 홍석주(1774~1842)는 실학파의 거두인 두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유명하지만, 한문학과 한국 철학사에서 빠뜨릴 수 없는 인물이다.
   연천은 한말 창강 김택영이 "여한구가문초"에서 우리나라 9대 문장가의 한 사람으로 꼽으면서 세상에 알려지게 됐다. 또 1980년대 이후 연천의 경학사상과 학문에 대한 연구가 활기를 띠면서 "유학의 실천성을 강조한 철학자"로 자리매김되고 있기도 하다.
    연천과 관련해 특기해야 할 점은 그가 두 동생에게 "추천도서목록"을 남겼다는 사실이다. 1810년 연천은 바로 아랫동생인 당시 25세의 홍길주를 위해 "홍씨독서록"이라는 도서목록을 편찬한다. 그는 청소년이 꼭 읽어야할 책 424종을 선정, 이를 경(經), 사(史), 자(子), 집(集)으로 분류하고 간단한 해설을 붙였다. 연천은 서문에서 자신이 젊은 시절 분별없이 독서한 것이 후회된다며 동생도 자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게 하기 위해 "홍씨독서록"을 편찬한다고 밝혔다. 젊은이를 위한 독서가이드로 삼고 싶었다는 취지이다.
수록목록에는 "시경" "논어" "춘추" "산해경" "강희자전" 등 중국 고전이 대부분이지만 "훈민정음" "고려사" "연려실기술" "징비록" "계원필경" 등과 같은 국내 저서도 61종이나 실려있다. 우리 고전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다른 하나는 1829년 연천이 56세 되던 해에 펴낸 "사부송유목록"(四部誦惟目錄)이다. 말 그대로 경, 사, 자, 집 4부의 서적 가운데 외울 만한 부분만을 따로 정선한 목록이다. 단순한 추천도서가 아닌 반드시 읽고 외워야 할 책만을 고른 "핵심권장도서"라 할 수 있다. 선정도서는 모두 26종이다. 사서오경을 비롯, "사기" "한서" "장자" "순자" "초사" "문선" "당송팔대가문초" 등이 뽑혔다. 여기에 국내서적은 포함되지 않았다. 연천은 서문에서 이 목록은 막내동생 홍현주를 위해 만들었다고 밝혔다. 머리만 믿고 책읽기를 등한시하는 막내의 독서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홍씨독서록"과 다른 또하나의 도서목록을 작성한 것이다. "홍씨독서록"은 "연천집"에, "사부송유목록"은 홍길주의 저서 "집수념"에 실려 있다.
    연천의 도서목록은 오늘날 가정교육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무조건 공부하라고 다그치지 않고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연천의 교육방법이야말로 되살려야 할 선인의 지혜이다. 이제부터라도 부모들이 자녀를 위한 "권장도서목록"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조운찬기자 sidol@kyunghyang.com/ 최종 편집: 2001년 04월 06일 16:57:24